실패작이라 비난받고 죽은 작곡가, 그의 걸작 '카르멘'의 진실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 '카르멘'. 정열적인 아리아 '하바네라'와 '투우사의 노래'는 오페라를 넘어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불멸의 작품을 탄생시킨 작곡가, 조르주 비제는 자신의 걸작이 세상의 비난 속에 '실패작'이라는 오명을 쓰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그 영광을 끝내 보지 못한 채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간 파격
1875년 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의 분위기는 싸늘했습니다. 오페라 '카르멘'의 첫 무대는 당시 관객들에게 성공이 아닌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품위 있는 귀족들의 사랑 이야기가 아닌, 담배 공장 여공과 밀수꾼, 군인 등 하층민의 적나라한 욕망과 배신, 살인이 무대 위에서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자유분방한 주인공 카르멘이 무대 위에서 담배를 피우고 남자를 유혹하는 모습은 당시의 보수적인 가치관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부도덕함'이었습니다.
처참한 실패와 깊어진 절망
공연이 끝나자 비평가들은 "음탕하고 저속하다"는 혹평을 쏟아냈고, 관객들은 외면했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작품이 실패작으로 낙인찍히자, 평소에도 건강이 좋지 않았던 비제는 깊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그의 지인이었던 작곡가 차이콥스키는 '카르멘'을 본 후 "10년 안에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페라가 될 것"이라며 그 천재성을 즉시 알아보았지만, 세상의 차가운 반응은 비제의 심장을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한 천재의 죽음과 뒤늦은 찬사
결국 비제는 '카르멘' 초연 3개월 후, 단 36세의 나이로 심장마비에 걸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장례식에서 친구들은 '카르멘'의 아름다운 아리아를 연주하며 그의 이른 죽음을 슬퍼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비제가 죽은 지 몇 달 후 '카르멘'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재공연되어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이후 전 유럽과 세계로 퍼져나가며 불멸의 작품 반열에 올랐습니다.
불멸의 작품으로 남은 '카르멘'
한 예술가의 심장을 멈추게 했던 비난은 시간이 흘러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찬사로 바뀌었습니다. 조르주 비제는 자신의 영광을 보지 못했지만, 그의 음악 '카르멘'은 시대를 뛰어넘어 가장 도발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영원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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