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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에게 버림받은 작곡가, 왜 그는 유령을 위한 피아노곡을 썼나?JAZZ&클래식/불멸의 뮤지션 스토리 2025. 8. 27. 20:00반응형SMALL
인간은 연주할 수 없는 음악, 오직 기계, 즉 ‘유령’만이 연주 가능한 피아노곡을 평생에 걸쳐 작곡한 작곡가가 있습니다. 조국 미국으로부터 버림받고 멕시코로 망명해야 했던 콘론 낸캐로우는 세상과 단절된 채, 오직 스스로 연주하는 플레이어 피아노를 위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그가 인간 연주자를 포기하고 기계를 선택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신념 때문에 조국을 등진 청년
콘론 낸캐로우의 젊은 시절은 재즈 트럼펫 연주자이자, 뜨거운 이상을 품은 청년이었습니다. 1930년대, 그는 파시즘에 맞서기 위해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여 공화파를 위해 싸웠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신념은 그에게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했습니다. 미국으로 돌아온 그를 기다린 것은 영웅이라는 칭호가 아닌, '공산주의자'라는 낙인과 정부의 정치적 박해였습니다. 결국 미국 정부는 그의 여권 갱신을 거부했고, 사실상 조국에서 추방당한 그는 1940년 멕시코로 망명하여 평생을 그곳에서 보내게 됩니다.
고독 속에서 발견한 새로운 악기, 플레이어 피아노
멕시코에서의 고립된 삶 속에서 그의 음악적 상상력은 더욱 폭발했습니다. 그는 여러 개의 다른 템포가 동시에 진행되는, 인간의 인지 능력과 연주 능력으로는 도저히 구현할 수 없는 극도로 복잡한 리듬의 음악을 꿈꿨습니다. 당연히 그의 악보를 제대로 연주해 줄 연주자를 찾을 수 없었고, 그는 곧 인간 연주자에 대한 기대를 접었습니다. 대신 그는 낡은 '플레이어 피아노(자동 연주 피아노)' 두 대를 구해, 수개월에 걸쳐 한 음 한 음 종이롤에 구멍을 뚫는 방식으로 자신의 음악을 직접 '입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한 인간의 상상력이 기계를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경이로운 창작의 과정이었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음악
그렇게 탄생한 그의 음악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여러 개의 선율이 각기 다른 속도로 동시에 질주하고, 때로는 블루스와 부기우기 리듬이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속도로 펼쳐졌습니다. 그의 음악은 기계적이고 차갑게 들릴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젊은 시절 재즈에 대한 그의 열정과 시대를 앞서간 위트가 숨 쉬고 있었습니다. 그는 세상과의 단절 속에서, 오직 자신만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의 신세계를 홀로 탐험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이 마침내 알아본 천재성
수십 년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음악은 1980년대에 이르러 작곡가 죄르지 리게티 등에 의해 재발견되었고, 마침내 그는 '음악계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리며 미국 최고의 영예인 맥아더 '지니어스' 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조국으로부터 버림받고 고독 속에서 자신만의 우주를 창조했던 콘론 낸캐로우. 그의 삶은 신념을 지킨 예술가가 가장 고립된 환경 속에서 얼마나 위대한 창조를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깊은 울림을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영상으로 만나는 불멸의 뮤지션 스토리
[쇼츠 영상] 조국에게 버림받고 '유령 피아노'로 세상을 놀라게 한 작곡가
[재생목록] 영혼을 울리는 재즈 | 불멸의 뮤지션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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