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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에게 버림받은 작곡가, 왜 그는 유령을 위한 피아노곡을 썼나?JAZZ&클래식/불멸의 뮤지션 스토리 2025. 8. 27. 20:00
인간은 연주할 수 없는 음악, 오직 기계, 즉 ‘유령’만이 연주 가능한 피아노곡을 평생에 걸쳐 작곡한 작곡가가 있습니다. 조국 미국으로부터 버림받고 멕시코로 망명해야 했던 콘론 낸캐로우는 세상과 단절된 채, 오직 스스로 연주하는 플레이어 피아노를 위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그가 인간 연주자를 포기하고 기계를 선택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신념 때문에 조국을 등진 청년콘론 낸캐로우의 젊은 시절은 재즈 트럼펫 연주자이자, 뜨거운 이상을 품은 청년이었습니다. 1930년대, 그는 파시즘에 맞서기 위해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여 공화파를 위해 싸웠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신념은 그에게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했습니다. 미국으로 돌아온 그를 기다린 것은 영웅이라는 칭호가 아닌, '공산주의자'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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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로 멈춘 두 손가락, 어떻게 ‘하드 밥’의 전설이 되었나JAZZ&클래식/불멸의 뮤지션 스토리 2025. 8. 27. 12:21
오른손 두 손가락을 거의 쓸 수 없었던 재즈 피아니스트가 어떻게 재즈의 한 시대를 정의하는 ‘하드 밥(Hard Bop)’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할 수 있었을까요? 많은 연주자들이 현란한 기교를 뽐낼 때, 그는 오히려 간결하고 투박한 연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습니다. 여기, 자신의 약점을 가장 위대한 강점으로 바꾼 불굴의 뮤지션, **호레이스 실버(Horace Silver)**가 있습니다.아버지가 남긴 영혼의 리듬호레이스 실버의 음악적 뿌리는 서아프리카의 섬나라, 카보베르데 출신인 아버지에게 닿아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연주하던 카보베르데의 민속 음악에 깊은 영향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하지만 그의 음악 여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 앓았던 소아마비가 그의 오른손에 후유증을 남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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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사라진 재즈 거장, 왜 소니 롤린스는 다리 위에서 2년을 보냈나?JAZZ&클래식/불멸의 뮤지션 스토리 2025. 8. 27. 12:20
1959년, 재즈 색소폰의 제왕으로 불리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소니 롤린스는 돌연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대중 앞에서 사라졌습니다. 그가 다시 발견된 곳은 화려한 무대가 아닌, 차가운 강바람이 부는 뉴욕의 윌리엄스버그 다리 위였습니다. 최고의 자리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가 다리 위로 향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이것은 안주를 거부하고 더 높은 경지를 향해 떠났던 한 위대한 예술가의 고독한 투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정상의 자리에서 느낀 공허함1950년대 말, 소니 롤린스는 존 콜트레인과 함께 시대를 양분하는 최고의 색소폰 연주자였습니다. 그의 이름 앞에는 '거인', '제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고, 재즈계는 그의 발아래 있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연주에 만족할 수 없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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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영적인 재즈를 연주한 남자JAZZ&클래식/불멸의 뮤지션 스토리 2025. 8. 27. 12:18
굶주림을 이기기 위해 피를 팔고, 뉴욕의 차가운 벤치에서 잠을 청하던 노숙자가 어떻게 영혼을 탐구하는 ‘스피리추얼 재즈’의 거장이 될 수 있었을까요? 가장 지상에서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재즈 색소폰 연주자, 파로아 샌더스는 그 몸부림 속에서 가장 천상의 소리를 빚어냈습니다.뉴욕의 차가운 밤거리1960년대 초, 아칸소 출신의 젊은 색소폰 연주자 파로아 샌더스는 큰 꿈을 안고 재즈의 심장부인 뉴욕에 도착했습니다1. 하지만 그를 기다린 것은 화려한 무대가 아닌, 혹독한 가난과 배고픔이었습니다. 그의 연주는 너무나 전위적이고 강렬해서 당시 주류 클럽에서는 외면당하기 일쑤였습니다. 결국 그는 잠잘 곳이 없어 공원 벤치나 다리 밑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고, 끼니를 잇기 위해 자신의 혈액을 파는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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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도 이름도 없이 '목소리'만 남기고 사라진 가수JAZZ&클래식/불멸의 뮤지션 스토리 2025. 8. 26. 08:30
한 사람이 세상에 존재했다가 모든 흔적을 지우고 사라지는 것이 가능할까요? 여기, 이름도, 얼굴도, 태어나고 죽은 날짜도 불분명하지만, 단 몇 분짜리 목소리만으로 90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를 사로잡는 한 가수가 있습니다. 그녀의 삶은 아무도 모르지만, 그녀의 노래는 모두의 영혼을 뒤흔듭니다.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유령 이야기, 블루스 싱어 기시 와일리의 이야기입니다.1930년, 역사가 된 녹음이야기는 대공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1930년, 위스콘신의 한 녹음실에서 시작됩니다. 당시 파라마운트 레코드는 남부의 재능 있는 흑인 뮤지션들을 헐값에 섭외하여 음반을 녹음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그곳에 L.V. 토마스라는 여성과 함께, 기시 와일리라는 이름의 또 다른 여성이 나타나 단 몇 곡의 노래를 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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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블루스를 지킨 마지막 계승자JAZZ&클래식/불멸의 뮤지션 스토리 2025. 8. 23. 08:30
미시시피 델타의 먼지 자욱한 시골 마을 벤토니아. 이곳에는 세상에서 가장 기묘하고 쓸쓸한 선율을 가진 '벤토니아 스쿨' 블루스가 태어났고, 또 조용히 사라져가고 있었습니다. 이 잊혀가던 음악의 마지막 불씨를 평생에 걸쳐 지켜온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자신을 뮤지션이 아닌, 낡은 가게의 주인이자 블루스의 '파수꾼'이라 말합니다. 그의 이름은 지미 "덕" 홈즈입니다.블루스의 살아있는 박물관, 블루 프론트 카페지미 덕 홈즈의 삶은 그의 부모님이 1948년에 문을 연 '블루 프론트 카페'와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미시시피에서 가장 오래된 주크 조인트 중 하나인 이 낡은 가게는 낮에는 평범한 상점이지만, 밤이 되면 벤토니아 블루스의 성지가 되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가게를 찾아온 벤토니아 블루스의 창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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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세에 처음 기타 잡고 70세에 데뷔한 할아버지JAZZ&클래식/불멸의 뮤지션 스토리 2025. 8. 21. 08:33
인생을 새로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때란 과연 있을까요? 여기, 60년에 가까운 세월을 중노동과 폭력, 교도소의 쇠창살 아래에서 보낸 뒤, 자신의 모든 상처를 끌어안고 70세에 전 세계를 향해 노래하기 시작한 한 남자가 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거칠고도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블루스맨, 티-모델 포드의 이야기입니다.상처로 가득했던 반평생그의 본명은 제임스 루이스 카터 포드. 미시시피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제재소와 벌목 캠프를 전전하며 고된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야 했습니다. 그의 젊은 시절은 폭력과 생존을 위한 싸움으로 얼룩졌고, 결국 살인 혐의(그는 평생 정당방위를 주장했습니다)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강제 노역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삶에서 음악이 들어설 자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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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마비 후, 주방 칼로 기타를 연주한 할아버지JAZZ&클래식/불멸의 뮤지션 스토리 2025. 8. 19. 08:33
손가락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면, 어떻게 기타를 연주할 수 있을까요? 여기, 그 불가능해 보이는 질문에 자신의 삶 전체로 답한 한 남자가 있습니다. 신이 그의 손에서 자유를 앗아갔을 때, 그는 주저앉는 대신 부엌에 있던 버터 나이프를 집어 들었습니다. 블루스의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낸 위대한 인간 승리의 아이콘, 세델 데이비스의 이야기입니다.앗아간 운명, 뒤집어 잡은 기타1930년대 미국 아칸소, 열 살의 어린 소년 세델 데이비스는 소아마비를 심하게 앓은 후 양손과 다리에 심각한 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기타리스트에게 생명과도 같은 오른손의 근육이 굳어버려, 섬세한 손가락 움직임은 불가능에 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음악을 포기할 수 없었던 왼손잡이 소년은 기상천외한 방법을 고안해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