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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영적인 재즈를 연주한 남자JAZZ&클래식/불멸의 뮤지션 스토리 2025. 8. 27. 12:18반응형SMALL
굶주림을 이기기 위해 피를 팔고, 뉴욕의 차가운 벤치에서 잠을 청하던 노숙자가 어떻게 영혼을 탐구하는 ‘스피리추얼 재즈’의 거장이 될 수 있었을까요? 가장 지상에서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재즈 색소폰 연주자, 파로아 샌더스는 그 몸부림 속에서 가장 천상의 소리를 빚어냈습니다.

뉴욕의 차가운 밤거리
1960년대 초, 아칸소 출신의 젊은 색소폰 연주자 파로아 샌더스는 큰 꿈을 안고 재즈의 심장부인 뉴욕에 도착했습니다1. 하지만 그를 기다린 것은 화려한 무대가 아닌, 혹독한 가난과 배고픔이었습니다. 그의 연주는 너무나 전위적이고 강렬해서 당시 주류 클럽에서는 외면당하기 일쑤였습니다. 결국 그는 잠잘 곳이 없어 공원 벤치나 다리 밑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고, 끼니를 잇기 위해 자신의 혈액을 파는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내몰렸습니다2.
선 라, 그리고 '파라오'의 탄생
망가져가는 낡은 색소폰 하나만을 의지한 채 뉴욕의 거리를 헤매던 그에게 작은 빛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당대 가장 실험적인 재즈 뮤지션이었던 선 라(Sun Ra)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선 라는 그의 연주에 담긴 날것의 에너지를 단번에 알아보았고, 그를 자신의 밴드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파라오'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며, 그의 예술적 정체성을 깨우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존 콜트레인과의 운명적 만남
파로아 샌더스의 잠재력은 재즈의 살아있는 신, 존 콜트레인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콜트레인은 파로아의 연주에 깊이 매료되었고, 그를 자신의 밴드로 영입하며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음악적 동반자로 대우했습니다3. 콜트레인과 함께하며 파로아의 음악은 더욱 폭발적으로 진화했습니다. 그의 연주는 때로는 격렬하게 포효하는 짐승의 울음 같았고, 때로는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평온함을 선사했습니다.
영혼의 절규, 스피리추얼 재즈
가장 밑바닥의 삶을 경험한 그의 연주는 역설적으로 가장 높은 곳, 즉 인간의 영혼과 우주를 향해 있었습니다. 그의 대표곡 'The Creator Has a Master Plan'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초월하려는 인간의 영적인 탐구를 담은 30분이 넘는 대곡으로, '스피리추얼 재즈'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작품이 되었습니다. 가장 어두웠던 시절, 별처럼 빛나던 파로아 샌더스의 순수한 열정은, 가장 깊은 절망 속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이 탄생할 수 있음을 우리에게 증명하고 있습니다.
영상으로 만나는 불멸의 뮤지션 스토리
[쇼츠 영상] 잠잘 곳 없어 혈액까지 팔았던 연주자가 존 콜트레인을 만났을 때
[재생목록] 영혼을 울리는 재즈 | 불멸의 뮤지션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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