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를 잃고 6개월 만에 따라간 천재 작곡가

부유한 명문가, 눈부신 재능, 화목한 가정. 펠릭스 멘델스존은 역사상 가장 행복한 음악가로 불립니다. 그의 삶은 부족함 없는 축복 그 자체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빛나던 세상은 단 한 사람,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누나 '파니 멘델스존'을 중심으로 돌고 있었고, 그 세상이 무너졌을 때 그의 삶도 함께 멈춰 섰습니다.

하나의 영혼, 두 명의 음악가

펠릭스와 네 살 터울의 누나 파니는 단순한 남매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같은 해에 태어난 쌍둥이처럼 모든 것을 공유하는 음악적 동지이자 하나의 영혼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두 사람은 함께 피아노를 배우고 작곡을 공부했으며, 세상에서 잊혀 가던 바흐의 음악을 함께 연구하며 그 위대함을 알리는 데 평생을 바쳤습니다. 펠릭스에게 파니는 세상의 어떤 비평가보다 날카로운 조언자이자, 자신의 음악을 가장 깊이 이해해 주는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세상에 숨겨야 했던 누나의 재능

파니 역시 펠릭스에 버금가는 천재적인 작곡가였지만, 당시의 사회적 통념은 여성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파니는 자신의 보석 같은 곡들 중 일부를 동생 펠릭스의 이름으로 세상에 발표해야 했습니다. 한번은 펠릭스가 영국 빅토리아 여왕 앞에서 연주를 할 때였습니다. 여왕이 멘델스존의 가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며 '이탈리아'를 칭찬하자, 펠릭스는 멋쩍게 웃으며 고백해야만 했습니다. "폐하, 그 곡은 사실 제 누나 파니가 작곡한 것입니다."

무너져버린 세상

1847년 5월, 파니는 리허설을 지휘하던 중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누나의 사망 소식을 들은 펠릭스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하며 깊은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는 친구에게 "우리의 삶도 곧 끝날지 모른다"는 말을 남긴 채, 모든 창작 활동을 중단하고 삶의 의지를 완전히 잃어버렸습니다. 그의 세상은 순식간에 빛을 잃고 암흑으로 변했습니다.

슬픔으로 쓴 마지막 레퀴엠

누나를 잃은 지독한 슬픔과 고통 속에서, 그는 마지막 작품인 '현악사중주 6번'을 써 내려갔습니다. 이 곡은 격렬하고 비통한 선율로 가득 차, 마치 누나의 죽음을 향한 처절한 절규처럼 들립니다. 이 곡은 그의 마지막 불꽃이자, 반쪽을 잃어버린 영혼이 남긴 슬픔의 기록이었습니다. 그리고 6개월 뒤, 그는 거짓말처럼 누나와 같은 원인인 뇌졸중으로 그녀의 뒤를 따랐습니다. 그의 나이, 서른여덟이었습니다. 모두가 부러워했던 천재의 삶은, 결국 누나를 향한 끝나지 않은 그리움이라는 슬픈 교향곡으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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