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마비 후, 주방 칼로 기타를 연주한 할아버지

손가락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면, 어떻게 기타를 연주할 수 있을까요? 여기, 그 불가능해 보이는 질문에 자신의 삶 전체로 답한 한 남자가 있습니다. 신이 그의 손에서 자유를 앗아갔을 때, 그는 주저앉는 대신 부엌에 있던 버터 나이프를 집어 들었습니다. 블루스의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낸 위대한 인간 승리의 아이콘, 세델 데이비스의 이야기입니다.

앗아간 운명, 뒤집어 잡은 기타

1930년대 미국 아칸소, 열 살의 어린 소년 세델 데이비스는 소아마비를 심하게 앓은 후 양손과 다리에 심각한 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기타리스트에게 생명과도 같은 오른손의 근육이 굳어버려, 섬세한 손가락 움직임은 불가능에 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음악을 포기할 수 없었던 왼손잡이 소년은 기상천외한 방법을 고안해 냅니다. 오른손잡이용 기타를 거꾸로 뒤집어 잡고, 굳어버린 오른손에 버터 나이프를 쥔 채 기타 줄을 눌러 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주크 조인트의 비극과 무명의 세월

그렇게 자신만의 연주법을 터득한 그는 델타 블루스의 전설 로버트 나이트호크와 함께 미시시피 델타 지역의 허름한 주크 조인트(흑인들을 위한 시골 술집)를 전전하며 연주했습니다.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1950년대 후반, 한 클럽에서 일어난 손님들의 난투극에 휘말려 무방비 상태로 짓밟혔고, 두 다리마저 자유롭게 쓸 수 없게 되어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습니다. 연이은 불행 속에서 그의 독특한 음악은 수십 년간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잊혀 가는 듯했습니다.

세상이 발견한 날것의 블루스

1990년대, 음악 연구가 로버트 파머가 그의 음악을 재발견하면서 기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의 나이 60대 후반, 레이블 '팻 포섬 레코드'와 계약하며 생애 첫 앨범을 발표하게 된 것입니다. 세델 데이비스의 음악은 정제되지 않았고 때로는 불안정하게 들렸지만, 그 어떤 기교로도 흉내 낼 수 없는 날것의 에너지와 진정성이 있었습니다. 그의 거친 슬라이드 기타와 투박한 목소리는 그가 겪어온 모든 고통과 환희를 담고 있는, 그의 삶 자체였습니다.

불가능을 연주한 위대한 투쟁

늦깎이 데뷔 후, 그의 독창적인 음악은 R.E.M.의 피터 벅과 같은 젊은 록 스타들에게도 큰 영감을 주며 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세델 데이비스는 소아마비와 사고로 인한 신체적 한계를 좌절의 이유가 아닌, 가장 독창적인 예술을 창조하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그의 삶과 음악은 '불가능은 없다'는 말을 온몸으로 증명해 낸, 한 위대한 인간의 끝나지 않은 투쟁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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